알림마당

액티브시니어(Active senior)의 꿈을 만들어가는 GL연구소

관련뉴스

노령관련 분야의 연구개발을 종합적으로 수행하여 국가기술혁신을 주도하고 국내 노인 관련 산업을 식품산업의 대표적인 성장동력산업으로 육성·발전시키는데 기여를 목적으로 설립된 연구기관 입니다.

부쩍 힘 못쓰는 당신…’사코페니아’ 걸리셨군요

 

“코드번호 M62.84.”

2016년 10월,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마치 첩보영화에 등장하는 암호를 연상시키는 코드번호 M62.84를 국제질병분류(ICD) 10번째 개정판에 등록했다. 나이가 들수록 팔다리를 구성하는 골격근이 감소하는 ‘사코페니아(Sarcopenia)’가 그 주인공이다. 지금까지 골격근 감소는 노화로 인한 당연한 현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훨씬 빠른 속도로 골격근이 감소하면서 일상생활이 어려운 사례를 종종 볼 수 있다. 과학자들은 이 같은 현상을 사코페니아라는 질병으로 분류하기 시작했다. 사코페니아는 골다공증이나 치매와 같이 고령화 시대에 반드시 주의해야 하는 질병으로 관심받고 있다. 아직 한국에서는 질병으로 분류되지 않았지만 글로벌 제약사인 노바티스와 같은 기업은 사코페니아를 완화시킬 수 있는 약을 개발해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사코페니아는 무엇이고 이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근육은 빠르면 30세부터 조금씩 감소한다. 50세부터는 매년 1~2%의 근육 손실이 발생하며 60세가 넘어가면 속도가 빨라진다. 골격근이 감소하면 걸음 속도가 현저히 떨어지고 지구력이 줄면서 낙상과 같은 사고 확률 또한 높아진다. 이영수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노화에 따라 근육이 줄어들다 보면 일정 시점부터 보행 속도 저하, 낙상으로 인한 입원, 사망과 같은 일이 크게 증가하는 지점이 있다”며 “근육의 기능과 양이 일정량 이하로 감소해 각종 합병증이 크게 증가하는 시점을 사코페니아라는 질환으로 정의한다”고 설명했다.

어떤 사람은 70대밖에 안 됐어도 거동이 어렵고, 100세인데도 일상생활을 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는 경우를 볼 수 있는데 이를 사코페니아로 설명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사코페니아는 아직 질병 분류 초기 단계인 만큼 정확한 진단 기준은 확정되지 않았다. 이영수 교수는 “질병은 확실한데 어느 지점부터 근감소증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진단 기준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고령화가 진행되는 한국에서도 사코페니아는 점점 늘어날 전망이다. 2014년 울산대 의대·서울아산병원 연구진이 대한비만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60세 이상 한국 남성의 사코페니아 유병률은 11.6%이고 80대가 되면 38.6%로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사지의 근육량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을 이용해 젊은 성인의 평균값보다 표준편차 아래인 경우를 근감소증, 즉 사코페니아로 정의했다.

연구진은 “60세 이상 한국 남성 중 나이가 많고 에너지 섭취량이 낮을 때, 저체중일 때 근감소증 위험이 높다”고 결론 내렸다. 사코페니아는 노인 사망률 증가와도 관련이 있다. 서울대 의대 연구진은 국내 65세 이상 남녀 560명을 대상으로 6년 동안 사코페니아와 사망률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를 2016년 11월 국제학술지 ‘플로스원’에 발표했다. 논문에 따르면 근육량을 기준으로 사코페니아가 있는 남성은 그렇지 않은 남성과 비교했을 때 사망률이 4.1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이은주 교수와 장일영 전문의 공동 연구진이 국제학술지 ‘임상노화연구’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2014년 10월부터 2017년 8월까지 평창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노인 1343명(남자 602명, 여자 741명)의 근육량·근력과 건강 상태를 추적 관찰한 결과 이 기간에 29명이 사망했고, 89명은 건강이 악화돼 요양병원에 입원했다. 연구진은 “근육량이 줄고 근력이 떨어지면 건강이 악화돼 요양병원에 입원하거나 사망할 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근감소증으로 인한 건강 악화는 남성 노인에게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근감소증이 있는 65세 이상 남성은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사망하거나 요양병원에 입원할 확률이 5.2배(여성 2.2배) 높은 것으로 조사됐으며 성별과 관계없이 근감소증이 있으면 일상생활 능력이 떨어지는 장애 발생 확률이 2.15배 높았다. 이영수 교수는 “국내외 연구 사례를 보면 사코페니아로 인한 사망률은 대부분 2배부터 10배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된다”고 덧붙였다.

사코페니아에 대한 연구 결과가 하나둘 쌓이면서 제약사들 역시 이를 치료하기 위한 신약 개발에 나서고 있다. 특히 노바티스는 근손실과 근력 약화 치료를 위한 항체를 개발해 임상시험에 나섰다. 현재 투여량에 따른 효과와 약효 지속성에 대한 임상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 같은 약제는 아직 골격근 감소를 눈에 띌 만큼 막지는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사코페니아를 막기 위한 유일한 치료제로 적절한 운동과 영양 공급을 꼽는다. 이영수 교수는 “모든 노인이 운동을 하고 영양을 섭취하지만, 근력운동이 빠져 있고 필요 단백질 공급이 부족하면 사코페니아는 회복되지 않고 오히려 진행될 수 있다”며 “특히 걷기만 과도하게 하는 노인이 많은데 이는 근감소증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매일유업은 장일영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전문의, 평창군 보건의료원과 함께 지역사회 노인들을 대상으로 2015년부터 18개월간 노인 건강향상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노인 187명에게 근력운동을 하면서 류신이 함유된 식품을 꾸준히 섭취하도록 제공한 결과 낙상, 노쇠, 사망 예측 등을 포괄하는 노인의 ‘신체기능지수(SPPB)’가 향상되는 유의미한 결과를 확인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사코페니아에 대한 인식은 낮다. 김용기 매일유업 사코페니아 연구소장은 “조사 결과 사코페니아에 대한 소비자 인식은 20% 내외로 매우 낮은 상황”이라며 “매일유업 사코페니아연구소는 올해 2월 출범해 국내외 전문가들과 함께 사코페니아를 예방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고 고령자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 단백질을 섭취하더라도 근육 생성에 도움이 되는 류신 등을 많이 복용하는 노인이 훨씬 근육 합성이 잘된다는 연구 결과가 축적되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비타민D를 류신과 함께 복용하면서 근력·유산소 복합 운동을 하는 것이 가격 대비 가장 효과적인 사코페니아 예방법·치료라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노인에게 정형화된 운동량과 운동 방법을 제시하기 어렵다. 노인들은 질병이나 장애가 진행한 경우가 많아 개개인에 맞춘 운동이 필수적이다. 세계적으로도 사코페니아를 예방·치료하기 위한 권장 시간과 운동 강도를 개발 중이다. 이영수 교수는 “운동 전 의학적 평가를 통해 본인에게 가능한 운동 범위와 운동 목표, 운동 강도를 미리 설정하고 철저한 준비운동이 필요하다”며 “갑작스러운 움직임이나 과도한 굴곡이 있는 운동은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원호섭 기자]

공유하기

관련 뉴스

English pages are being prepared.

검색으로 자료 찾기

찾고자 하는 자료가 있으시면 아래에 검색어를 입력하시고 찾아보세요.